‘종권 실추’ 백양사 주지 강력한 징계… 집행부 무능력 질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이 도박파문에 이어 종정(종단 최고 어른) 명의를 임의 사용한 ‘부촉문’ 사태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현 집행부는 이번 사태를 해종(종단을 해함) 행위로 규정하고 특별감사를 준비하는 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태는 지난 14일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서 열린 ‘호국안민기원법회’에서 종정 진제스님 명의로 ‘부촉(부탁하여 맡김)하는 글’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종정스님이 백양사 원로 암도스님에게 내렸다는 부촉문으로 인해 이날 행사가 사실상 암도스님의 방장추대식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법회에 참석하려 했던 종정스님도 불참했다.
종정예경실은 이날 호국안민기원법회 부촉문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경실은 “백양사 측에서 임의로 작성한 문서”라는 사실을 밝혀 종단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종정스님을 대신해 부촉문을 대독한 원로의원 월서스님도 난처한 상황에 놓이면서 급기야 성명을 내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백양사 부촉문의 실체가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종단 전체를 흔드는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계종 5대 총림(많은 승려가 모여 수행하는 곳) 가운데 하나인 고불총림 백양사가 도박 파문에 이어 또다시 ‘부촉문’ 사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월서스님은 지난 16일 공식 성명을 내고 “(백양사) 법회 후 부촉문이 종정스님이 직접 내린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종정스님의 진의를 왜곡하고 사부대중을 혼란케 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스님은 “종정스님의 뜻을 왜곡하고 종헌종법의 절차를 무시한 채 총림의 방장을 추대하려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원로 암도스님과 현 주지 시몽스님을 겨냥해 참회를 촉구했다.
집행부는 같은 날 ‘부촉문 사태’를 해종(종단을 해함) 행위로 규정하고 철저한 조사와 징계 방침을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는 “종단의 교권과 법통을 부정하는 중대한 해종 행위”라면서 “향후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호법부는 종무행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 주동자 및 단순 가담하여 동조하는 자들도 승려법 제47조 1호(공권정지 5년에서 제적까지)를 적용해서 조치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들은 종무회의에서 백양사에 대한 특별감사도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양사수호비상대책위원회와 고불총림 임회도 부촉문을 임의로 작성한 이들에 대한 종단 사정기관의 엄중한 조사와 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백양사대책위는 “파렴치한 (도박) 사건으로 국민과 불자를 실망시킨 백양사가 급기야 종정스님과 사부대중을 속여 ‘부촉문 조작’이라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참담한 심경을 가눌 길 없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열린 ‘호국안민기원법회’가 주지 시몽스님 등이 암도스님을 방장인 것처럼 호도하기 위해 마련한 사기극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촉문 사태와 연루된 스님들을 강력히 규탄하며 발로 참회하고 자숙할 것을 요구했다.
불교시민단체들도 사태의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총무원의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주문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추악한 권력욕에 사로잡혀 종단의 최고 어른의 이름을 도용하고 원로스님을 앞세워서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종헌 질서를 유린한 백양사 주지의 행위에 대해 총무원은 신속히 조사해 단호히 조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스님은 17일 종정을 모독한 이들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저변에는 “총무원이 종단을 제대로 통리(통치)하지 못함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부촉문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시몽스님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백양사 주지 측이 어떤 의도로 이번 사태를 감행했는지 현재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종단 내 여론은 종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종단의 최고 어른인 종정스님의 명의를 이용한 행위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는 분위기다.
자승스님을 비롯한 현 집행부가 도박파문에 이어서 터진 이번 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혜인스님은 "종단의 가장 큰 어른의 이름을 도용 한다는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일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