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4월 15일~7월15일까지를 하안거, 음력 10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를 동안거라 한다. 안거란 스님들이 일정한 장소에 머물면서 수행, 정진, 연구에 힘쓰는 것을 말한다. 각 사찰의 규모에 맞게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 십명의 스님이 3개월의 안거기간 동안 산문 출입을 삼가며 수행에 몰두한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스님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사중의 갖가지 대소사를 나누어 각자 맡은 바 일을 해야 수행과 생활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기 마련이다. 각 스님들이 맡은 일, 이것을 '소임'이라고 부른다. 소임은 안거 기간에도 정하지만 평소에도 사찰에서 생활하는 스님들에게는 각각 맡은 소임이 있다. 그 용어가 일반들에게는 좀 낯설 수도 있지만 소임은 스님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창이 되기도 한다.
'주지'는 절의 모든 관리와 운영(행정)을 책임지는 소임으로 어느 절에나 주지 스님이 있다. '조실'이나 '방장'은 사찰의 어른 스님으로 모든 대중의 수행과 법도를 지도해 주신다. 단 방장 스님은 총림(선원, 율원, 강원의 교육기관을 모두 갖춘 곳)의 가장 큰 어른 스님을 지칭한다. '원주'는 원래 사찰의 공양을 준비하는 후원의 총 책임이었으나 지금은 사찰의 안살림과 행자교육, 행사준비 등등 절 살림을 맡아하는 소임을 뜻한다. 원주 스님을 돕고 행자를 통솔하는 소임은 '별좌', 법당에서 예불을 담당하며 공양을 올리는 소임은 '부전', 때에 맞춰 종을 치는 타종 담당은 '종두'라 한다.
결제기간이 돼 여러 스님이 모이면 사찰의 소임은 매우 세분화된다. 식사를 준비하는 소임만 하더라도 음식관리를 총괄하고 밥을 준비하는 '공양주', 국 끓이는 '갱두', 반찬을 마련하는 '채공'으로 구분한다. 스님들이 마실 차(茶)를 담당하는 '다각', 스님들이 마실 물과 세면장의 물을 담당하는 '수두', 사찰의 전기와 난방을 관리하는 '명등'과 '화대'라 부른다. 비교적 법납이 적은 스님들은 목욕탕 관리를 책임지는 '욕두',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정통' 등을 소임으로 맡는다. 대중스님이 생활하는 큰방을 정리 정돈하는 '지전', 밤중에 순시를 책임지는 '야순', 손님을 대접하는 안내하는 '지객', 몸이 불편한 대중스님들을 돌보는 '간병' 등도 대중 스님들의 수행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소임이다.
안거 기간 중 가장 바쁜 소임은 대중을 통솔하고 전체적인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입승' 소임이다. 임무가 막중한 만큼 조실 스님이 지명하거나 대중의 추천으로 결정된다. 선원, 강원, 율원 같이 교육기관을 두루 갖추고 있는 총림에는 좀더 많은 소임이 있다. 총림의 모든 규율과 규칙을 총괄해서 관리하는 소임은 '유나', 결재에 들어간 대중을 통솔하는 소임은 '열중'이라고 한다. 경을 가르치는 스님은 '강사', 강사 스님을 보조하는 '중강', 법문을 설하는 '법사'도 모두 소임이다. 강의 후 책상 및 의자를 정리하는 일은 '설양' 소임도 스님의 몫이다.
이밖에도 사찰에는 주지 스님의 지도를 받아 사찰의 운영을 돕는 총무, 교무, 재무 국장 등의
3직 스님과 여기에 포교, 호법, 사회, 문화 등을 합쳐 7직을 두기도 한다.
안거 기간동안 소임을 정하는 일은 '대중공사'라는 회의를 통해서 결정된다. 결제 2~3일 전에 안거에 드는 모든 스님들이 모여 함께 결정하는 방식으로 법납 순에 따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소임을 맡는 것이 원칙이다. 소임이 결정되면 선원에는 수좌들의 법명과 소임을 적은 표가 붙는데 이를 '용상방'이라고 한다.
스님들의 '소임'과 '하는 일'
방장 - 총림의 가장 큰 어른 스님
조실 - 총림이 아닌 규모가 큰 절에서 가장 큰 어른 스님
주지 - 절의 모든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는 소임
입승 - 안거대중 통솔
유나 - 총림 규율 총괄
원주 - 사찰 살림 총괄
별좌 - 원주 보좌와 행자 통솔
부전 - 법당 예불 전담
종두 - 때에 맞춰 타종
갱두 - 국 끓이기
채공 - 반찬 준비
다각 - 차담 준비
수두 - 식수 등 물관리
명등 - 사찰 전기 관리
화대 - 난방 담당
욕두 - 목욕탕관리
정통 - 화장실 청소
지전 - 대중방 정리정돈
설양 - 강의 후 책상의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