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기도의 의미
동지는 24절기 중 하나로 대설과 소한사이에 오지만, 다른 절기와는 다르게 양력 12월 22일경이 된다. 이 날은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지나 간 태양은 소멸하고 새로운 태양이 솟아난다고 하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작은 설(亞歲)라고 하여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세시풍속으로는 팥죽을 쑤어서 나누어 먹으며, 집안에 뿌려 잡귀를 물리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동지에 대한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특히 동지에는 각 사원마다 동지기도가 연중행사의 하나로 행해지고 있다.
동지기도가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살펴볼 수 있지만, 지난해를 무사히 보내는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와 새로운 한 해의 소원을 기원하는 원력의 기도일 것이다. 절에서는 동지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이 여러 가지 있다. 즉 동지를 맞이한다는 것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바로 한 해 동안 수행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준비한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첫째는 스님들은 1년 동안 수행에 필요한 절 살림살이를 준비한다. 한 해의 식량, 연료, 반찬 등을 준비한다. 시골에서는 동지건대라고 하여 신도들에게 봉투를 돌리면서 공양미를 시주 받곤 했다. 이렇게 모은 쌀이 1년 동안 사찰에서 부처님이나 스님들에게 올리는 공양미가 된다.
다음에는 연료를 준비한다. 몇 십년 전만 하여도 동지 전에 땔나무를 쌓아두고 장작을 패곤 했지만, 요즈음은 각 사찰마다 한 해의 연료비를 보시 받는다. 그리고 김장과 메주 등의 밑반찬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철저한 준비는 동지기도비로서 충당을 하니 사찰로서는 동지기도가 여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사찰에서 동지기도에 동참한 신도들에게 신년도 달력을 만들어 보시한다. 요즈음과 같이 세간에서는 호화찬란한 달력이 많이 나오는 때이지만, 그래도 절 달력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 이유는 음력과 간지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아직도 집안의 대소사를 음력에 의지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각 가정마다 음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불교달력의 디자인도 세련되어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니 그 인기는 대단하다. 또 제반법회와 행사를 기재하므로 신도들의 신행생활을 점검하는 과제물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찰 측에서는 신도들의 가정마다 걸어두고 매일 보게 되므로 그 홍보효과는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셋째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서 골고루 나누어 먹는다. 중국의 오대산 같은 곳에서도 동지에 팥죽을 쑤어 무차법회를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팥죽을 공양하는 것은 배고픈 사람을 구제하는 보시의 의미도 있다. 결식아이나 무의탁노인들뿐만 아니라 노숙자들에게 팥죽을 나누어주는 것은 불교의 미덕이며,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자비의 손길이기도 하다.
넷째는 동지 팥죽을 쑤어서 나누어 먹고, 한편 집안에 뿌리는 것은 종교적, 민속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양에서는 정화의례의 제물로 사용된 것이 양의 피지만, 동양에서는 살생을 하지 않기 위해 붉은 팥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팥죽을 쑤어서 먹으면 한 해의 모든 악귀와 고난과 재앙을 물리치게 되며, 집안에 뿌리거나 놓아두면, 악귀를 쫓아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