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믿는 마음은 사람들의 마음 저변에 깔려있는 불성의 발현이다. 왜냐하면 부처님을 아는 것은 부처님 자신이고, 부처님을 믿는 것은 부처님 자신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불성이 있다고 해도 불성을 드러내기는 어렵다. 불성은 번뇌의 늪 속 깊은 곳에 잠겨 있어, 불성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이 힘들다. 탐욕과 분노, 번뇌가 용솟음치는 속에서 어찌 부처님을 향한 청정한 마음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에란다'라고 하는 독성 있는 나무숲에는 에란다의 싹만이 자라지, '찬다나'의 향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에란다 숲에 찬다나의 향나무가 자란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다. 지금 사람들의 마음속에 부처님을 향한,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생겨난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부처님을 믿는 마음을 무근(無根)의 믿음이라고 한다. 무근이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자랄 수 있는 뿌리가 없지만, 부처님의 자비 속에서는 믿음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