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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글쓴이 : 총무원  (58.♡.173.212) 날짜 : 2010-08-18 (수) 22:15 조회 : 1218
 어떤 마을에 아주 맛있는 우물이 하나 있었다. 소문이 나자 인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을 길러 갔다.
이 소문은 왕에게까지 들어갔다. 왕은 마을 사람들에게 명하여 날마다 그 물을 길어 궁중까지 배달하도록 했다.
 마을과 궁중까지는 50리나 되는 먼 거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같이 순번을 짜서 궁중으로 물을 퍼 날랐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모두 이를 회피하려 했다.
 물배달을 하기 싫어 아예 마을을 떠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생기자 물배달의 순서는 더 빨리 돌아왔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불평은 더욱 높아졌다.
 “좋은 샘물 옆에 살다가 날벼락을 맞는구만. 그나저나 왕복 100리 길을 어떻게 물배달을 하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사정이 여기에 이르자 촌장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여러분 내게 좋은 묘안이 있소. 내가 왕을 만나 50리를 30리로 고치도록 하겠소. 그러면 우리가 물배달을 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마을을 떠나지 마시오.”
 촌장은 곧 왕에게로 가서 마을 사람들의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고 50리를 30리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했다.
 왕은 촌장의 요구대로 50리를 30리로 바꾸어 주었다.
 촌장은 마을로 돌아와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사람들은 이제야 고생을 조금 덜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그 때 마을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일어나 이의를 제기했다.
 “50리를 30리로 부른다고 하지만 그런다고 50리가 30리로 좁혀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30리로 부른다 해도 거리는 50리인 채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은가. 달라진 것은 말뿐이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 마을을 떠나겠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왕의 말을 끝까지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불교에서 흔히 쓰는 술어에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원래 “화엄경”이라는 불교의 최고 경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앞뒤를 연결해 보면 이렇다.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깨달은 것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진리세계의 본성을 관찰하라.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사람들은 곧잘 오해를 한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니까 객관적 어떤 사물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즉 50리나 되는 거리를 마음만 먹으면 30리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니다.
 마음이 만든다는 것은 객관적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둥근지 모났는지, 예쁜지 추한지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제눈의 안경”이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순전히 인식론적인 문제이지 존재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불교는 사실을 왜곡하고 착각하도록 가르치는 종교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여실하게 보고 판단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변하고 고정적 실체가 없으며 고통의 존재”라는 것이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모델을 구상하고 기계적 장치를 생각하면 그런 행위를 하게 되고, 그 행위가 자동차를 만든다. 선과 악도 이렇게 마음이 지어진다. “일체유심조”의 뜻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