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의 구호는 3년 전 월가발 거품 붕괴로 미국 경제가 초토화 됐을 때 보다 더 크게 들린다. 충격의 진폭을 차츰 떨어뜨리는 시간의 효과는 이번 위기에선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월가를 점령한 '99%의 보통 사람'들은 성난 목소리로 1%의 부자를 향해 적개심을 표출한다. 분노의 정치학은 논리를 갖추기 시작했다. 영미 언론에는 요즘 레닌의 수사가 자주 등장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
이 혼돈의 시대에 로버트 라이시(Reich) 미 UC버클리 교수는 분명한 로드맵을 그려내는 드문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혼돈의 경제학과 분노의 정치학'을 예언했던 그의 진단은 갈 수록 들어맞고 있는 것 같다.
과소비와 과잉 부채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고, 그 배후에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확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부자 1%가 전체 소득의 23%가량을 가져간다. 이런 극단적인 불평등은 대공황 직전에 있었다.
미국 UC버클리 캠퍼스에서 만난 라이시 교수는 "성장하는 경제에서 적은 몫을 받는 부자가 정체한 경제에서 많은 몫을 받는 부자보다 오히려 더 부유하다"며 발상 전환을 요구했다.
혼돈의 시대를 빠져나오려면 근본적인 페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얻으면 다른 사람은 잃는 '제로 섬(zero sum)'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 더불어 좋아질 수 있다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 사고방식을 국가 경제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율종)불교조계종 삼화불교 총무원장 혜인스님은 "라이시 교수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부자들도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사회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