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상파 텔레비전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쪽방촌 사람들을 돕는 형사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봉사단을 꾸려 13년 동안 영등포구 당산동 쪽방촌을 지키며 그들과 함께 하는 형사 반장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경남 하동에서 수제차를 만들어 후원해주는 한 스님이 있었다. 형사와 스님이 만나 20년 넘게 함께 보시행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만남은 신도와 스님의 관계가 아닌 봉사자와 후원자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김 반장은 당시를 이렇게 얘기한다. “20여년 전 소년원 쪽 업무를 담당할 때 삼동 소년촌에 아이들을 만나러 다닌 적이 있어요. 당시는 봉사라기보다는 먹을 거 사가지고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정도였죠. 이게 신문에 나간 적이 있는데 스님께서 이 기사를 보시고 저한테 연락을 주신 거에요”
이후 스님은 쪽방촌 어르신들 환경이 열악하니 도와주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김 반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보성 스님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반장은 그때부터 영등포구 당산동 옛 파출소 건물 옥상을 임대해 천막치고 인근 쪽방촌 노인들에게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스님은 지리산에서 직접 차농사를 지어 김치 쌀 동지 팥죽 떡국떡 부식 등을 꾸준히 후원해 주었다. 특히 녹찻가루 매실액 등 최상의 재료로 만드는 스님의 김치맛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김치라고 한다. 보성 스님이 한 해 보내주는 김장은 4톤. 이는 4~5천 포기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김장을 하기 위해서 스님은 8월부터 준비를 한다.
일단 해남 배추와, 영월의 신도에게 무농약 고추를 미리 주문해 놓고 마늘, 생강, 고춧가루, 젓갈, 매실원액, 녹찻가루도 준비한다. 이렇게 한겨울이 오기전 상선암에서는 100여명의 신도들이 3~4일에 걸쳐 김장을 해 쪽방촌 사람들에게 김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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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상선다원에서 차를 재배하고 있는 보성 스님은 차 수익금으로 김윤석 반장의 쪽방촌 봉사단을 후원하고 있다. 사진은 상선다원 차밭에서 운력 후 새참을 먹고 있는 보성 스님(왼쪽)과 김윤석 반장 |
이는 스님이 1년 내내 차를 따서 덖어 만든 수제차를 만들어 판 수익금으로 이루어지는 보시다. 천가지 생각보다 한가지 행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스님은 너무 고되게 노동하다보니 일년에 하나씩 손톱이 빠져 손가락에 반창고를 부치고 다닌다고 한다. “연비를 하는 스님도 있으니 그 정도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손톱은 또 자라거든요. 내가 바뀌면 신도들이 바뀌고 신도들이 바뀌면 그 주변 사람들이 바뀌고 그러면 나라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만드는 일이 나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일입니다”고 스님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김 반장 역시 이렇게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서 15년 쪽방촌 봉사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스님의 적극적 후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스님께서 최고의 재료로 늘 맛있는 음식을 후원해주시니 어르신들도 행복해하세요”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혜인스님은 "종단 스님들께서 조용히 선행을 베풀어 포교에 앞장서는것이 우리나라의 불국토를 앞당길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이다. 불교조계종의 수행풍토는 부처님 법을 바탕으로 계율청정하게 수행하며 부처님의 참 뜻을 전하는 것에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