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깨달음

정오법성 스님
사람들의 고통에는 그 원인이 있으며, 사람들의 깨달음에도 그 길이 있는 것처럼 세상 만물에는 모두 연(조건)이 있으니,
그로 인해 태어나 그로 인해 죽는다. 비가 오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꽃이 피는 것도, 낙엽이 지는 것도 어느 하나
연에 의해 태어나 연에 의해 멸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 몸은 부모를 연으로 하여 태어나 음식물을 통해 유지되었다.
또한 이 마음도 경험과 지식에 의해 자란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몸도 이 마음도 연에 의해 성립되고 연에 의해 변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씨실과 날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전체 그물을 이루듯이, 세상 만물 모든 것은 서로서로 이어져 있다.
하나의 그물눈이 홀로 그물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그물눈은 다른 그물눈과 연결되어 있어야만
비로소 하나의 그물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물눈은 각각 다른 그물을 성립시키는 책임이 있고 역할을 한다.
꽃은 자신이 꽃망울을 터뜨릴 조건이 충족했을 때 피고, 잎은 그 소명을 다하고 쓰러져야 할 조건이 충족했을 때 진다.
그들 혼자서 피어나고 지는 것이 아니다. 인연에 의해 피고 인연에 의해 지는 것이니,
세상 그 어느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홀로 존재하는 것도 없으며, 언제까지고 멈춰 있을 수도 없다.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 태어나 인연에 의해 죽는 것은 영원 불변의 도리이다.
그러므로 변하고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없는 것은 천지간에 움직일 수 없는 도리이자, 이것만이 결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