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과 미혹

명원스님
깨달음에는 정해진 형태나 보여지는 성질이 없이 깨달음 그 자체만 있을 뿐 깨닫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혹과 무명이 있으니 깨달음이 있다. 미혹과 무명이 사라지면 깨달음도 없다. 미혹을 떠난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을 떠난
미혹도 없다. 그러므로 깨달음이 있는 것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 어둠이 있기에 환히 밝힐 수 있는 것으로, 어둠이 없다면
밝히는 것도 없어진다. 밝히는 것도 밝혀지는 것이 함께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 도를 수행하는 자는 깨달았다고 해서
깨달음에 머무르지 말라. 깨달음이 있는 것은 또한 미혹이기 때문이다. 사물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것을 공이라 한다.
사물 그것 자체의 본질은 실체가 없고, 생기거나 멸하는 일도 없으며,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으니 공이라고 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상호 관계가 성립되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존재하는 것으로서, 홀로 성립하는 것은 없다.
마치 빛과 그림자, 짧은 것과 긴 것, 흑과 백처럼 사물 그것 자체의 본질이 오직 혼자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무자성 이라고 일컫는다. 마찬가지로 미혹과 무명을 떠나서 깨달음은 존재하지 못하며, 깨달음을 떠나 미혹도 없다.
깨달음과 미혹, 이 두 가지는 본질상 서로 다른 것이 아니므로 이들에게 상반된 모습이 있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