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라의 중임을 맡은 대신이, 국가이 대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며 뇌물을 받아 정치 도덕을 왜곡시키고 백성들의 기춤을 퇴폐시킨다면 백성들은 서로서로에게 사기를 하게 되고,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못살게 굴고, 귀한 자는 천한 자를 경시하며, 돈이 많은 자는 가난한 자를 모질게 굴어 잘못된 도리를 가지고 오히려 바른 것을 망치게 되므로 재앙은 점점 커지고 불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충실한 신하는 물러나 숨게 되고, 현명한 자들도 위해를 두려워하여 침묵하니, 오로지 아첨꾼들만이 정권을 차지하여 제멋대로 공권을 남용하면서 사재를 착복하고, 백성들의 가난은 조금도 돌보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령(政令)은 효력을 잃고, 정도(政道)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다.
부당한 정치인을 백성들의 행복을 빼앗는 도적이라 하면, 국가에 있어서 가장 나쁜 도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윗사람을 기만하고 아랫사람을 혼란시켜 한 나라의 재앙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왕은 이와 같은 자를 가장 엄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또한 가르침에 따라 왕이 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부모가 낳고 길러 주신 은혜를 생각하지 않고 처자에게만 마음을 기울여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또는 부모의 소유 재산을 강탈하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자는 가장 사악한 자 중에서 색출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부모의 은혜는 실로 커서 평생 마음을 바쳐 효도하여도 다 갚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왕에 대해 충성심이 없고, 부모에 대해 효심이 없는 자는 가장 중한 죄인으로서 처벌하여야 한다.
또한 가르침에 따라 정치를 펴는 왕의 나라에서는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의 삼보에 대해 믿는 마음이 없고, 절을 파괴하고, 경을 불태우고, 승려들을 잡아서 부리는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파행하는 자는 가장 중한 죄인이다.
왜냐하면, 이는 모든 선행의 근본인 백성의 신념을 뒤엎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선근을 불태워 버리고 자신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죄가 가장 무겁고, 따라서 더욱더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외의 죄는 이에 비하면 가볍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