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법달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불교의 남북 교류는 인도적 대북지원, 통일운동 차원의 만남, 포교적 차원의 만남과 지원, 한민족 문화와 관련한 문화계승적 차원의 만남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불교계의 남북교류는 여타 이웃종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해외 국적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는 재미 불교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1988년 7월에 하와이에 거주하는 기대원 스님이 당시 북한사회과학원장 황장엽의 초청을 받아 남한 출신 승려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였다.
남한의 불교계는 1988년 남북불교도교류추진위원회 결성대회를 열고 남북불교대표 상호교류, 남북불교합동대법회의 개최문제 등을 북측에 제안하였다. 이어서, 1989년 9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남북불교도교류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10월14일에 열릴 한강연등대법회에 북한불교 대표 30명을 초청한다는 제의에 대해 조선불교도련맹은 판문점에서 열 것을 다시 제의하였으나 시일 등의 문제로 남북한 불교 대표들과의 회동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1989년에는 신법타 스님이 북한을 방문하여 조선불교도련맹 박태호 위원장 등을 만나면서 불교의 남북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법타 스님 등은 1989년 2월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불교인협의회」(약칭 평불협)를 결성하여 남북해외불교지도자 연석회의를 추진하였으며, 1991년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LA 관음사에서 「조국평화통일기원법회」의를 주최하여 남북한 불자들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 합동법회의 명칭은 북한의 참가가 가능해짐에 따라 그 명칭을 「남북불교대표자회의」로 바꾸어 모임을 가졌다.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합동회의」(미국 LA 관음사, 1991.10.29-30)에는 남한의 불교대표로 서의현(조계종 총무원장), 송월주(남북교류위원장), 전운덕(태고종 총무원장), 박혜륜(태고종총무부원장) 등 21명이 참석하였고, 북한의 조선불교도련맹 대표인 박태호(조선불교도련맹위원장), 홍화두(조선불교도련맹부위원장), 심상련(조선불교도련맹서기장), 리동철(평양시위원회부장) 등 4명이 참석하였다.
한민족불교교류 미주불교협의회(회장 김도안)가 주최하여 민족통일문제에 있어서의 불교의 역할과 상호교류 등을 논의하였다. 남한의 불교 대표들은 남북 상호교환 방문을 통한 공동법회, 불교유적지 공동 발굴, 세미나 개최 등을 제의하였으나, 북한의 불교 대표들은 남한 주둔 미군철수 및 국가보안법 철폐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공동선언문이나 합의문을 내지 못하였다.
이후 남북간의 불교교류를 위해 전문적인 회합체가 필요하게 됨에 따라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1992 창립), 민족화합불교추진위원회(1997 창립),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1996 창립) 등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1990년대 남북 불교 접촉은 대체적으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였으나 북측과의 대화 및 교류 창구가 점차 다변화되었다.
북한의 조선불교도련맹은 1960-70년대에는 여타 종교단체와 마찬가지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의 일원으로 활약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대외적 활동이 극히 미미하였다. 일부 알려진 것은 1970년대 조선불교도련맹은 아시아 불교도평화회의(Asian Buddhist Conference for Peace)에 참석하여 아시아 불교단체들과 관계를 맺어나갔다. 1974년 11월에 인도의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 불교도평화회의에 재일본 조선인불교도련맹 본부 상임위원회 위원장 장태성과 통역 한 사람이 참석하였으며, 1976년 7월 (7.26-28) 일본 도쿄에서 11개국 불교대표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4차 회의에서 정식 회원단체가 되었다.
1980-1990년대에는 국제 불교단체와의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1981년 조선불교도련맹 대표단은 인도, 태국, 미얀마 등을 방문하였으며, 1986년에는 박태호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불교도련맹 대표단의 네팔 방문으로 이어졌다. 또한, 1986년에는 해외 불교단체들을 초청하여 재일본조선불교도련맹 대표단(7월), 소련불교협회대표단(8월), 중국불교협회대표단(9월), 인도불교대표단(10월) 등이 평양을 방문하였다. 이 방문단들은 조선불교도련맹 대표단과 공동으로 남한에서의 불교 “법왕청”설립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1995년 5월(5.23-5.24)에 분단 50년 만에 북한 조선불교도련맹의 제의로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한 불교계 실무접촉 대표들의 회동이 있었다. 남한에서는 법타 스님, 시현 스님(전 조계종 문화사회부장), 설송 스님(전 조계종 사업부장)이 참석하였으며, 북한에서는 조선불교도련맹 박태호 위원장, 심상련 서기장, 류성철 상무위원이 참가하였다.
조선불교도련맹은 ‘8․15 판문점 공동법회 봉행’을 하자고 제의한 내용을 주제로 논의하였으나, 당시 한국정부의 판문점 집회 불허(5월 16일 통일원 부총리 발표)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조선불교도련맹 위원장의 송월주 총무원장 스님의 방북초청을 수락하고 판문점으로 통과하여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공동법회를 봉행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중점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