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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과 의상대사 법성게
글쓴이 : 총무원 날짜 : 2015-04-13 (월) 11:30 조회 : 4671


 

“지금 기쁜 것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고 슬픈 것은 더 이상 이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빙속 세계 최강자로 오랜 동안 군림했지만, 최고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에서는 20년 동안 노메달에 머문 이규혁이 선수로서 마지막 레이스를 마치고 "이제 홀가분하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규혁(36)은 12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1분10초049로 21위를 기록했습니다. 11일 500m에서는 18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어쩌면 올림픽은 핑계였다. 메달도 없으면서 올림픽을 통로로 스케이트를 계속 했다. 그래서 행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말을 들으면, “이 선수들이 다 도에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규혁의 말을 들으면 의상대사 법성게 중의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란 구절이 떠오릅니다. "초발심을 낼 때 정각을 이룬다"는 이 구절의 속 뜻은 “깨달음이란, 바로 초발심을 내는 것이다”라는 것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초발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규혁이 올림픽 도전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우승이고 메달일 텐데, 그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어서 행복했고, 이제 설 수 없으므로 슬프다”라고 했습니다. 메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법성게를 지은 의상대사는 ‘행행본처 지지발처(行行本處 至至發處)’라는 말로도 유명합니다. “가도 가도 원래 그 자리요, 이르고 이르러도 떠나온 그 자리다”라는 뜻이지요. 이는 인간이 원래부터 목적지에 이를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이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이지 목표를 이룸이 아닙니다. 이르고 이르러도 떠나온 그 자리이기 때문에 이르는 데에 집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간은 목표를 향해서 가는 존재입니다. 만약 목표를 이룬다면, 인간의 존재 이유는 더 이상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 자리는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가 됩니다.

 

이규혁은 이런 도를 구현했습니다. 그는 "오늘 아침 거울을 보면서 핏줄이 드러난 식스팩과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올림픽은 더 이상 없다"며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그가 어느 길을 가든, 20년 동안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진한 경험은 그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법성게(法性偈)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
무명무상절일체(無名無相絶一切)
증지소지비여경(證智所知非餘境)
진성심심극미묘(眞性甚深極微妙)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무량원겁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구세십세호상즉(九世十世互相卽)
잉불잡란격별성(仍不雜亂隔別成)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생사열반상공화(生死涅槃相共和)
이사명연무분별(理事冥然無分別)
십불보현대인경(十佛普賢大人境)
능인해인삼매중(能仁海印三昧中)
번출여의불사의(繁出如意不思意)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
시고행자환본제(是故行者還本際)
파식망상필부득(叵息妄想必不得)
무연선교착여의(無緣善巧捉如意)
귀가수분득자량(歸家隨分得資糧)
이다라니무진보(以陀羅尼無盡寶)
장엄법계실보전(莊嚴法界實寶殿)
궁좌실제중도상(窮坐實際中道床)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

 

 

법성게
(우주 만물의 본성을 노래함)

우주는 전체가 하나로 녹아있어 두 모습이 없다.
모든 것은 움직이지 않고 본래 고요하며
이름도, 모양도, 그 어떤 다른 특질도 없으니
겪어봄으로써 알 수 있을 뿐 다른 방법이 없어라.

만물은 그 본성이 매우 깊고 극히 미묘해
자기 성품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 따라 생성된다.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 속에 하나가 있으며
하나는 모든 것과 닿아 있고 모든 것 또한 하나와 닿아 있으니
한 티끌은 온 우주를 머금고
모든 티끌마다 다 그러하다.

끝없는 시간이 찰나의 생각과 닿아 있으니
한 생각을 내는 순간이 곧 무한의 시간이어서 
영원의 시간과 생각의 주체는 서로 닿아 있으되
복잡하고 어지럽게 섞이지 않고 서로 떨어져 따로 완성되네.

처음 일으킨 마음이 곧 바른 깨달음이니 
생사와 열반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이치와 현상이 아득하여 분별되지 않음이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과 큰 사람의 경지여라.

부처님이 해인삼매 가운데서
불가사의하게도 무한한 깨달음의 법문을 내어
생명을 이롭게 하는 보배로 된 비가 허공에 가득하니
중생들은 그들의 그릇에 따라 이익을 얻네.

이런 까닭에 수행자는 원래 자리에 돌아와
헛된 생각 굳이 끊지도 않고 반드시 깨달으려고 하지도 않으며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분별이 끊어진 깨달음의 지혜를 잡아
집에 돌아가 분수에 맞는 양식을 얻네.

다함 없는 존재의 법칙, 지혜로써
우주의 진실한 보배 궁전을 건설하고
마침내 참된 법인 중도(中道)의 자리에 앉아
억만겁을 움직이지 않아 부처라 이름 하네.

 

                                                                        의상대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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